- 등록일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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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출산율 저하가 국가안보까지 위협하는 지경이다. 2024년 국내 합계출산율은 0.75명. 이 추세라면 2040년께 20세 남성 인구는 13만명대로 급감한다. 육군 상비전력은 이미 50만선이 붕괴했다. 2024년 48만명으로 줄었고, 2043년에는 33만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병력 운용 재설계가 국방정책의 긴급 현안이 된 이유다. 접경지역 경기도는 군부대 통합 등 병력 감소로 인한 후유증을 다른 지역보다 훨씬 실감나게 겪고 있다.
전역 장병의 안정적 사회 정착을 돕는 건 우회로가 될 수 있다. 군 복무 경력을 인정하고 적극 활용함으로써 병역 확충이란 선순환은 가능하다. 전역자는 단순히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 아니다. 유사시 국방에 투입될 예비전력이자 평시에는 사회 전반을 떠받칠 자산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중요하다. 전역자 대우가 열악하면 군의 사기는 떨어지고 우수 인재 확보는 더 어려워진다. “예비역의 오늘은 현역의 내일”이라는 말은 수사가 아니다.
지난주 육군본부가 국회에서 ‘전역 장병의 안정적 사회 정착 세미나’를 개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은 “요즘 군인들 식비를 대신 계산해주는 시민들이 많아 흐뭇하다”고 말했지만, 군사력은 밥값을 대신 내주는 시민의 호의가 아니라 전역 장병이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고 정착하는 구조에서 나온다. 전역자가 인정받아야 군에 잔류할 이유도, 군에 지원할 동기도 생긴다.
정부는 구직 촉진 수당(최대 300만원) 등 전역자 지원 정책을 확대해 왔지만, 전역자 평균 취업률은 57.9%로 사회 평균보다 낮다. 현실과 간극은 여전히 크다. 특히 군 경력이 민간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발생하는 경력 단절과 경력 공백은 심각하다.
군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인식 또한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국방대학교 국민의식조사(2024년)에 따르면 ‘군에 대한 신뢰’는 66.8%였지만, ‘국방부와 군을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은 49.8%에 달했다. 우리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군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전역 장병에 대한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지고 민간기업의 채용 기피로 이어진다. 미국 사례는 우리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미 해병대원의 운구 과정을 그린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 속 장면은 인상적이다. 공항 직원과 기내 승무원, 평범한 시민 모두가 운구 행렬 앞에서 경의를 표한다. 군의 헌신을 존중하는 태도가 세계 최고 강대국 미국의 힘이다. 더 중요한 점은 미국은 실질적인 전역지원제도를 세밀하게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전역 희망자에게 TAP(전환지원 프로그램) 참여를 의무화하고 재무·진로를 포함한 전환 계획서를 작성해야 전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역 대상자는 전역 전 180일 동안은 군 업무에서 벗어나 민간·공공기관에서 인턴과 직무 훈련을 한다. 3천개 이상 기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복무기간에 따라 등록금·생활비·교재비를 지원하는 교육복지도 촘촘하다. 전역을 ‘사회적 재배치’로 바라보는 인식과 시스템이 미국을 지탱한다.
세미나에서 김진실 원장이 제안한 ‘군 직무능력인정서(NCS)’는 올해 6월부터 발급을 시작했으나 이제 첫걸음을 뗐다. 직무능력 인정서를 워크넷·잡코리아 등과 연계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전역자는 고숙련 인력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군 경력이 공백이 아니라 생산적 경력으로 재해석되는 것이다.
전역자는 ‘끝난 사람’이 아니다. 국가의 또 다른 전력이라는 인식은 중요하다. 군 복무가 경력의 시작이 되는 사회에서 군의 가치는 높아지고 우수 인재는 모인다. 인구절벽 시대, 전역 장병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국가안보 전략과 직결된다. 전역 장병의 삶이 불안하면 국가안보도 흔들린다. 경기도부터라도 전역 장병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해 보는 건 어떨까. 그 변화는 곧 대한민국 국방력의 미래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임병식 순천향대 대우교수·국립군산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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